이화대 연구 – 아빠가 담배 피우면 아들 생식력 떨어져
아빠가 담배 피우면 아들 생식력 떨어져
담배를 많이 피우고, 탄 음식을 많이 먹은 남성은 자신의 생식력뿐 아니라 아들의 생식력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이화의학전문대학원 분자의과학교실 조인호 박사 팀은 쥐 실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밝혔다고 지난 11일 이 학교에서 열린 ‘태아 기원성 질병’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벤조피렌은 다환방향족 탄화수소류(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 PAHs)의 핵심 성분 중 하나로 담배를 피우거나, 탄 고기 등 음식을 섭취할 때 체내에 독성물질로 축적된다. 불에 타 검게 그을린 음식에 포함된 벤조피렌은 암을 일으키는 원인도 된다.
조 박사 팀은 태어난 지 4주 된 수컷 쥐에게 6주 동안 하루에 한번 벤조피렌을 먹였다. 대조군 수컷 쥐에게는 옥수수 기름을 먹였다.
벤조피렌을 6주 동안 먹은 수컷 쥐는 이어 정상적인 암컷 쥐와 1주일 동안 함께 생활해 암컷 쥐가 새끼를 낳도록 했으며, 연구진은 이렇게 태어난 새끼 수컷 쥐를 벤조피렌을 먹이지 않은 채 11주 동안 키웠다. 아버지 쥐는 벤조피렌을 다량 섭취했고, 어미 쥐와 아들 쥐는 먹지 않은 경우를 실험실에서 만든 것이었다.
연구진은 이들 쥐의 몸무게, 키 등 성장상태와 정자의 활동력을 각각 검사했다. 그 결과, 벤조피렌을 먹은 아빠 쥐와 그 밑에서 태어난 아들 쥐는 몸무게, 키, 사료 섭취율 등에서는 대조군 쥐와 별 차이가 없었지만, 정자의 활동성은 크게 떨어졌다.
벤조피렌을 먹은 쥐와 아들 쥐의 DNA 메틸화를 분석한 결과, 각각 367개, 215개의 유전자가 과메틸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과메틸화가 일어나면 일부 유전자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다. DNA에서 RNA를 거쳐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유전자 발현’이라고 하며, 이 과정은 세포가 정상적으로 자라 발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연구진은 “아빠 쥐가 벤조피렌에 영향을 받으면 아들의 생식력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는 벤조피렌이 유전자 발현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즉 부모가 벤조피렌에 자주 노출돼 체내 축적이 많아지면 자녀에게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다.
조 박사는 “벤조피렌에 노출되면 남성 정자의 형태와 기능이 변질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동물실험이라 앞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음식과 환경에 의한 후생유전적 변화가 세대를 넘어 남성 생식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고 말했다.